"뼛조각만이라도 돌아와다오" 한맺힌 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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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조각만이라도 돌아와다오" 한맺힌 39년
  • 도시일보
  • 승인 2019.12.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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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암매장 의혹이 제기된 옛 광주교도소 자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유골 수십 구가 발견되었다.

일부 유골의 두개골에는 총탄 구멍이 발견되었고 정부가 5·18행방불명자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22일 광주시와 5·18단체 등에 따르면 1980년 이래 5·18행불자 신고는 448건(중복 건수 포함)에 달하지만,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이는 84명에 그친다.

84명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는 겨우 6명뿐이다. 행불자로 인정된 78명의 주검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복신청자를 제외한 불인정 자는 무려 242명이다.

행불자 유가족들은 지난 39년간 실종된 피붙이의 뼛조각이라도 찾아 묻어주고 싶어했지만 아쉬움의 눈물만 흘려야했다.

잘못된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가족의 유해를 찾고 싶은 간절함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5·18기념식 때는 80년 5월19일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양동초 1학년·8살) 군을 찾아다닌 이귀복(83)씨의 사연이 소개되며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지켜주지 못해 두고두고 미안하다. 38년이 380년 같았다. 아들은 아직도 대답이 없다'는 절규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매년 5월17일 5·18묘지 행불자 묘역을 찾는 임옥환(당시 조대부고 2학년·18살)군의 부모도 주검 없는 빈 무덤 묘비를 붙잡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임 군은 80년 5월22일 계엄군이 광주 외곽을 봉쇄하자 절에서 공부하던 친구와 전남 화순을 거쳐 고향인 고흥으로 가기 위해 새벽 조선대 뒷산을 넘었다.

임 군은 매복하고 있던 공수부대원에게 무차별 사격을 당한 뒤 실종됐다. 임 군의 부모는 만사를 제쳐두고 아들을 찾아다녔지만, 남은 것은 눈물뿐이었다.

자국 군대의 무자비한 행포와 만행을 참지 못해 나섰다가 실종된 청년들과 중장년층 시민들, 시위 현장을 구경하러 갔다 돌아오지 못한 중학생, 시장에 장을 보러 외출했다 사라진 예비 신부 등 행불자들의 사연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피붙이를 찾지못한 채 눈을 감은 유가족도 많다.

행불자 유가족들은 최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이 5·18 당시 암매장된 희생자일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유골 감정 과정을 차분히 지켜볼 계획이다.

지난 20일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무연고자 공동묘지를 개장하는 과정에 신원미상 유골 40여구(이중 매장 형태·무연고 명단에 없음, 2구의 두개골서 구멍)가 나와 정부 합동조사단이 정밀 감정에 착수한다.

유전자 정보가 나오면, 5·18행불자 가족의 혈액·DNA와 대조할 방침이다. 

80년 5월 21일~22일 옛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여단(사격선수 출신 등으로 구성)과 20사단 병력은 담양·순천 쪽으로 이동하는 차량·시민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군 기록상 당시 민간인 희생자는 27~28명으로 추정된다. 5·18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는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는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됐다. 16~17구는 암매장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3공수여단 지휘관, 재소자 진술과 시민 제보에 따라 암매장지 발굴 작업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옛 교도소 등지서 11차례 이뤄졌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형수와 무연고 수형자들이 묻힌 묘지이고 그동안 발굴·조사 대상에 빠져 있던 점 ▲유골의 손상·부식 정도 ▲봉분 형태·크기 ▲유골 근처서 유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암매장과 관련이 없다는 추론도 나온다.

다만, 계엄군이 희생자를 가매장·암매장한 뒤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증언이 있는 만큼 유골 상태로 재매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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