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파동, 마스크대란에 소비위축까지

2020-01-30     도시일보

아이도, 반려견도 마스크…'우한 폐렴' 일상풍경 바꿨다

[도시일보]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이날 미세먼지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바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전염 우려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1시 12분부터 14분까지 약 2분동안 기자가 지하철역 출구에 서서 마스크 낀 인원 수를 세 본 결과 68명 중 46명(68%)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국내에서 우한폐렴이 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시민들 일상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공기가 맑아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세정제를 이용하는 등 건강에 유의하는 모습이었다. 또 공공장소를 기피하거나 수영 등 특정 운동을 기피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강남구 미세먼지 수치는 12㎍/㎥(좋음), 초미세먼지는 5㎍/㎥(좋음)를 나타냈지만 많은 시민들은 바깥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오후 1시2분께 교대역을 지난 2호선 지하철에 탑승해 눈대중으로 계산해본 결과 절반 이상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걸쳤다. 자리에 앉은 시민 11명 중 7명(64%)이 미세먼지 마스크 등을 쓴 식이다.

즉석에서 지나가는 시민 한명의 인터뷰를 해봤다. 그녀는 "업무 미팅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세 번째 감염자가 강남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해서 불안하다"며 "답답해도 식사할 때 빼고는 계속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병원이나 서비스업 종사자들 역시 우한 폐렴 우려에 신경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 병원에서는 전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 지시를 내렸다. 내원자들도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기실 벽면에는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을 방문한지 14일 이내인 환자분은 접수 전 직원에게 말씀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었다.

올리브영이나 스타벅스, 예스24 등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유통업종에도 '우한 폐렴 유의령'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올리브영 본점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양해 부탁한다'는 내용의 게시문이 새로 생겼다. 인근의 한 스타벅스는 계산대에 손소독제를 구비해뒀다.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자칫 '메르스 파동' 당시처럼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모습이다.
백수연(27)씨는 "원래 설 연휴 중 잠실 롯데타워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이라 전염이 우려돼 급하게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었다"며 "올 봄에 가려고 예약해 둔 스페인 여행을 미룰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막을 통해 옮을 수 있으니 물 닿는 곳에 가면 안 된다'는 소문이 퍼지며 수영장이나 목욕탕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모씨는 "각막으로도 옮겨질 수 있다고 해서 평소 다니던 수영장에 가기가 꺼려져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중국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는 45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06명으로 늘었다. 국내에서는 이날 오후 기준 네 번째 확진자까지 나온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