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포기, 강제 전역? 트랜스젠더는 아직도 혐오대상일 뿐인가요

2020-02-13     도시일보

트랜스젠더들의 눈물…"우린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요"

[도시일보]

성 소수자 인권을 지키고 활동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 단체 교육장에서 비공식 모임 '쉽게 풀릴 속이 아니지만'을 열고 변 전 하사와 숙명여대 A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숙명여대에 최종합격했지만 일부 학생들의 반발에 입학을 포기한 A(22)씨 사건을 지켜본 트랜스젠더들과 성전환 수술 이후 '여군 복무'를 요청했지만 강제 전역 조치된 변희수(22) 전 육군 하사였다. 

"아는 형이 트랜지션(성전환 수술) 이후 학교 측에서 퇴학 조치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던 시절이 20년 전이었는데, 그 전부터 지금까지 '트랜스젠더 이슈가 얼마나 바뀌었나'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었어요."

이들은 소수자를 향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수십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숙명여대 합격생이 입학 등록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울뻔했다"며 "A씨도 박한희 변호사를 보면서 법대 쪽으로 가면 적어도 내 인권도 챙기고 해당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성전환 수술 이후에 수능을 치르고 필요한 점수를 다 받았기 때문에 합격한 것"이라며 "자신이 뭔가를 추구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학이라는 지성 울타리를 찾았을 텐데, 구성원들이 노발대발해서 결국 입학을 포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전 하사나 A씨, 박 변호사를 보면 흠잡을 데가 없는데, 트랜스젠더는 흠잡을 수 없는 개인이어야 그나마 지지라도 받을 수 있다"며 "특출나지 않으면 트랜스젠더로서 이 나라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가자 역시 "트랜스젠더도 그렇고 한국에서 소수자가 인정 받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주장을 하려면 개인이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어야 한다"며 "소수자로 인정 받으려면 어떻게든 특출나게 살아야 되고 도덕적이어야 하는데, 사람이 항상 완벽하게 도덕적일 수는 없는 만큼 결국에는 '우리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C씨는 또 "저도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직장 내에서도 변 전 하사에 대한 이야기가 점심시간에 가십거리로 나온다"며 "엄청 혐오적인 말들이 많은데 그들은 주변에 당사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마다 많이 힘들었고 여러모로 힘든 기간이었다"면서 말하는 와중에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머금은 채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변 전 하사와 A씨 등 사건들에 대해 단순한 '찬반 구도'로만 몰고가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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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참가자는 "저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페미니즘은 모순이라고 생각하는데 언론이 계속 가져온 프레임은 '페미니즘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한다'였다"며 "약자 대 약자 구도를 만들어가면서 싸움을 붙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혐오의 굴레가 복잡하면서도 생각보다 단순한만큼 그 부분을 짚어주는 언론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언제나 1대1 대결 구도 느낌이었다"며 "안전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시선이 집중되지 않으면서 모든 관심이 소수 대 소수로 가는 현실이 언짢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변 전 하사와 A씨의 커밍아웃을 단기적인 현상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소수자들의 인권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경험이겠지만 이를 통해 현실을 뼈저리게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밝히며 앞으로 대학에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등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단순 실패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밍아웃을 했을 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사회가 삭막하고 반인권적이구나'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별로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