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렬 당선인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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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렬 당선인 불편한 동거
  • 도시일보
  • 승인 2022.03.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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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첨병이 정권교체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현실로 확인한 셈이다. 

임기말까지 지지율 40%대를 유지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이 없던 유일한 대통령이었지만 한 달 뒤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와 그로부터 한 달 뒤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의 퇴임까지 남은 2개월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의 '불편한 동거'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의 지난 5년은 기대가 좌절로, 희망이 분노로 바뀐 '결과적 악연'의 시간으로 압축·요약할 수 있다.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실행의 적임자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올랐던 시간은 기대와 희망이 공존했던 시간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공소 유지 적임자, 검찰 개혁과제 이행 기대"(2017년 5월19일),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의 훌륭한 완수 기대"(2019년 6월17일) 등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발표 때마다 아낌없는 기대를 보였었다.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강직한 이미지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과제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기대감으로 치환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건넸던 "우리 윤 총장님"이라는 호칭과 사퇴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의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표현에서 문 대통령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검찰개혁안을 설계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분기점으로 파열음이 포착됐다.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틈타 이뤄진 조 전 후보자의 자택 압수수색 시도는 견고했던 신뢰관계에 금이 갔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여의도와 서초동으로 갈라진 국민 분열상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국 사태는 윤 당선인에게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사퇴 당일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뒤늦게 윤 총장에 대한 견제를 모색했지만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줬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1년 여 간 지속된 '추·윤 갈등'은 총장직 사퇴 후 야권 대선후보의 길을 택한 윤 당선인의 명분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돌아온 것은 '부패완판'이라는 정부를 향한 비판과 '국민이 키웠다'는 대선 슬로건이었다.

인사추천위원장으로 윤 당선인의 과거 검찰총장 임명에 관여했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총장 후보면접 때 가슴 속에 배신의 칼을 숨기고 문 대통령을 속였고, 국민을 속였다"며 비판했지만 당선을 막는 데는 때늦은 감이 있었다. 

오히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집권 시 적폐 청산 수사'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 보복을 예고했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집권 후 정치보복 선언으로 읽혔고,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와 함께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듯했지만 문 대통령이 공개 요구한 질문에 대한 답은 피했다. 

그럼에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 시절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미 던져진 질문은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 관계에서 풀어야 할 첫 과제라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폐지, 나아가 탈원전 정책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2개월 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현 정부의 지난 5년 국정 성과를 전면 부정하려 들 경우 '불편한 동거'를 넘어 공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노무현 청와대 마지막 당시 이명박 정부 인수위와 충돌했던 퇴임 전 정부조직법 개정 요구와 대통령기록물이관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5분 간 이뤄진 윤 당선인 통화에서 당선 축하와 함께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고 대통령 사이에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면서 "새 정부가 공백없이 국정운영을 잘 할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윤 당선인에게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적폐수사 발언 관련한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한 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그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현 정부의 방역정책 비판했는데, 추후 인수위원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추후 논의해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는 별도로 박 대변인을 통해 발신한 대선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이 치열했고 결과 차이도 근소했지만, 이제는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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