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배 생산농가, 태풍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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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배 생산농가, 태풍 피해 속출
  • 도시일보
  • 승인 2022.09.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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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벌써 두 번째…" 순천 배 생산농가, 낙과에 망연자실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읍 한 과수원,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할퀴고 지나간 후 태풍에 땅바닥에 떨어져 널부러진 수 백여 개의 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걸음을 내딛는 곳 마다 회색 봉투에 싸인 배들이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해진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힘 없이 나무에서 떨어진 배 중에서는 벌써 썩기 시작해 들큰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있었다.

초파리 떼가 배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모여들자 과수원 주인 김만진(69)씨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낙과를 주우랴, 손바닥을 휘저으며 파리떼를 내쫓느라 바빴다.

"아휴∼". 떨어진 배들을 과수원 정중앙으로 모으면서 김씨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몰아 쉬었다.

이따금 떨어진 배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봉투를 찢어보기도 했다. 찢어진 봉투 안에서는 샛노란 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탐스럽게 알이 찬 배를 보며 "조금만 더 컸어도…"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25년째 3000평(1㏊) 규모의 배 과수원을 일궈온 그가 낙과피해를 입은 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지난 7월 말 제5호 태풍 '송다'의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낙안면 일대에는 강풍이 몰아쳤고, 바람에 취약한 과수농가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당시 김 씨는 송다가 몰고 온 강풍에 떨어진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의 배 열매들을 눈물을 머금고 폐기해야만 했다.

고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기록적 가뭄이 이어지면서 남은 배의 생육에 지장이 생겼다. 일정크기로 자라지 못한 배가 제대로 된 상품성을 갖추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이렇게 본격적인 출하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시간을 버는 사이, 이번엔 대형 태풍이 북상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김 씨는 추석이 갓 지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배들을 내다 팔 생각이었지만, 이번 피해로 전체 상품 물량 가운데 20%가량을 팔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자신의 과수원에서만 1만5000여 개의 배가 낙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차라리 남는 것 없이 우수수 떨어졌더라면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번 피해가 보험금 지급 기준에 덜 미치고 있어 손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한숨만 나온다. 아직 돌풍이 더 불고 있는데 추가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힌남노는 전남 남해안을 거쳐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뒤 이날 오전 7시 10분께 울산을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강풍 반경 안에 드는 이날 오후까지는 전남 해안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9m(시속 70㎞) 안팎의 돌풍이 불겠다. 다른 지역에서도 초속 15m(시속 55㎞) 안팎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시설물 관리와 안전 사고에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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