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꽃 핀 대구청년 야심찬 빵집 '빵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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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꽃 핀 대구청년 야심찬 빵집 '빵과 장미'
  • 도시일보
  • 승인 2020.01.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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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빵집 연 대구청년들 "아름다운 삶을 담을래요"

[도시일보] 동갑내기 대구 청년들이 광주에서 연 '빵과 장미' 빵집
[도시일보] 동갑내기 대구 청년들이 광주에서 연 '빵과 장미' 빵집

광주광역시 도심에 빵집을 열고, 청년 지식공동체를 경영해나가는 대구 청년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 광산구의 인적 드문 주택가에 자리 잡은 한 빵집. 아담한 가게에는 바게트, 캄파뉴 등 유럽식빵이 정갈하게 진열했다. 조리실을 제외한 매장 대부분을 차지한 8인용 대형 식탁은 여느 빵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빵집의 이름은 '빵과 장미'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는 1908년 여성참정권 시위 구호였던 '모든 이에게 빵을, 그리고 장미도'에서 따온 문구라고 전해진다.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상징하는 구호이며,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가게 주인은 27살 동갑내기 서수민·장미주씨. 서씨는 우리밀과 천연효모 등을 이용해 빵을 만들고 '베프'(베스트 프랜드)인 장씨는 가게 운영을 맡는다.

남다른 상호에 대해 서씨는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에서 빵은 '생존'을 뜻하고, 장미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저는 '인생의 아름다움'으로 해석한다"며 "나만 위해 잘 먹고 사는게 아니라 빵을 통해 '아름답게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씨와 장씨 모두 대구에서 나고 자란 대구청년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광주를 찾아왔다. 낯선 광주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도, 빵집을 개업한 것도 사실 우연이라고 전해진다.

서씨는 인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17살 때 광주의 한 대안학교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빵과의 인연은 대학 2학년 때 독일 어학연수에서 시작됐다. 빵에 심취해 연수가 끝난 뒤에도 자비를 들여 6개월을 더 머물렀다. 귀국한 서씨는 경기 양평·서울에서 우리밀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후 둘은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1월 이 빵집을 열었다.

서씨의 제안으로 대구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3년 이상 일했던 디자이너 장씨도 가게에 합류했다. 장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도 '빵'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원해서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기계 부속이 돼 간다'라고 느꼈죠. 소외되고 외로웠죠."

고민 끝에 '원하던 것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라 공허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지금이 만족스럽다"며 "용기내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남이 아닌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나의 선택을 스스로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형 식탁에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손님들이 식탁에 모여 앉아 빵을 함께 나눠 먹으며, 공동체 정신을 느끼고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빵집은 때론 작은 영화관이자, 강연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빵집에 모인 지역 주민·청년들과 함께 생태 다큐 영화 '자연농'을 관람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달 5일에는 청년 17명과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를 함께 봤다. 초청강연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씨와 장씨는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씩 생태·인권·여성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상영하며 가치를 나눌 생각이다.

이들은 "빵집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보금자리이자, 사랑방을 계속 가꾸고 싶다"고 소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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