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를 통해 나를 조정하려 드는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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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를 통해 나를 조정하려 드는 가스라이팅
  • 도시일보
  • 승인 2020.01.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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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나 상황을 조작하여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세뇌를 통한 정서적 학대...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느껴진다고 의심할 것
[도시일보] 세뇌를 이용한 정서적 학대 '가스라이팅'
[도시일보] 세뇌를 이용한 정서적 학대 '가스라이팅'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2호로 재조명받은 원종건(27)씨가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미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원씨는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면서도 영입 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오는 4월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이슈와 함께 알려진 다소 생소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가스라이팅(Gas lighting)'이다. 가스라이팅은 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원씨의 전 여자친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제를제기하며 언급한 단어인데, 심리학 용어로 쓰인다.

가스라이팅은 '일종의 세뇌를 이용한 정서적 학대'를 뜻한다. 다른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현실감과 판단력까지 잃게 해 정신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설명으로는 '주입식 전세역전'이나 '노예화'로 지칭되기도 한다.

이 용어는 1983년 패트릭 해밀턴이 연출한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했다.

극 속에서 남편 '마닝함'은 자신의 범행을 아내 '벨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내가 느껴온 이상함이 잘못된 착각이라고 주입시킨다. 벨라가 느낀 이상함의 증거가 집안의 가스등이다. 집안 내부 다른 공간에서 등을 켜면 이미 켜져 있던 등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벨라는 마닝함의 지속된 조작을 의심하기 보다는 그가 설정한 상황에 몰입하게 되면서 자신이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믿기까지 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44년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정신분석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 박사는 2007년 이러한 현상을 정립했다. 박사는 2008년 자신의 저서 '가스등 이펙트'에서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현실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예컨대 불안정하고 소유욕이 강한 남자친구가 친절하고 사교적인 행동을 보인 여자친구에게 '남자들에게 꼬리친다'며 비난하는 것이나 어머니가 자녀를 대할 때 과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것, 특정 상대에게 무관심 또는 비난이라는 극단의 반응을 보여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하는 것 등이다.

박사는 상대방로부터 인정이나 사랑을 받고자 하는 소망,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이러한 가스등 이펙트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스스로가 믿고 사랑하는 상대방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그 말 속에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있을 때, 그것을 믿지 않기 어렵다. 이로 인해 점점 자신의 관점을 잊고 상대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박사는 당연한 사실임에도 상대방을 설득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미 가스라이팅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1단계, '불신' 단계라고 정의한다.

이어 상대방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느껴지는 피로감에 '상대방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면 2단계인 '자기 방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3단계는 '억압' 단계다. 벨라의 경우처럼 결국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른 상황을 가리킨다.

이를 방지하고 싶다면 왜곡과 진실을 구분하기, 상대방과의 대화가 소위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면 피하기, 옳고 그름 대신 느낌에 초점 맞추기 등을 통해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가스라이팅은 특정 경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사랑하거나, 믿거나, 최소한 자신을 평가할 만한 권위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나기 쉽다. 부모, 애인, 배우자, 상사, 스승 등이 그렇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유형에 따라 확연히 알아챌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폭력적인 남편, 강압적인 상사 등은 쉽게 구분이 될 것이다.

반면 연민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애인의 경우와 부모, 단짝 친구, 배우자 등 피해자를 위하는 듯하면서 통제 또는 지배하려는 경우는 알아채기 어렵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목받게 됐지만 '가스라이팅'은 알게 모르게 일상 관계 속에서 겪어왔던 현상이다. 자신의 관계들을 돌아보면서 해당 상황이 없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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